그리스도는 하느님의 가시적 성사요 인간의 조건에 알맞게 표현되는 성사라는 것은 확실하다. 감각적인 인간조건은 감각적인 그리스도를 만남으로 구원의 은총을 받게 되었고 우리의 신체성과 그리스도의 신체성을 묶어 주는 성사를 통해 지상에서 하느님과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부활 후 승천함으로써 인간조건의 신체성을 통해 성부께로 나아가는 유일한 매개체인 그리스도 신체성의 부재(不在)는 우리 구원에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그리스도가 자기의 천상적 신체성을 어떤 방법으로라도 지상적 영역 안에 있는 우리에게 보여 주지 않는다면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러나 "나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는 말씀은 어떤 형태로라도 우리와 만날 것을 약속한 것이다. 사실 다마스커스로 가는 길에서 바울로 사도에게 나타난 예수는 당신이 세우신 교회와 자신을 동일시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지상의 교회와 접하는 것이 곧 그리스도와 친교를 이루는 것임을 안다. 성서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그리스도와 직접 접촉을 하였던 열두 사도들은 아무도 세례를 받지 않았지만, 지상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을 가지고 있던 열세 번째 사도인 바울로는 실제로 교회에서 세례를 받았다. 이와 같이 우리가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지상적이고 구체적인 형태에 있어서 천상의 그리스도는 우리를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전달하고 스스로 우리에게 은총을 선물로 내리신다.
성사는 지상적 옷을 입은 그리스도의 구원의 신비이다. 이것이 바로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는 교회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이 가시적으로 세상에 나타나고(그리스도), 감각적인 방법으로(교회) 인류를 구원하시려 했다면 교회가 곧 성사인 것이다. 교회는 가시적이나 은총은 불가시적이다. 교회 안에 행해지는 모든 것이 성사이며, 동시에 성사적인 것이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이 교회 안에서 보이게 드러나고, 보이지 않는 은총이 보이는 형태로 주어지는 것이 곧 성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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