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6-02-03 12:00
 조회 : 13,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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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1박2일 여정으로 소록도에 다녀왔습니다.
소록도병원 원장님이 ME가족이라는 인연으로 가게되었는데,
그전부터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습니다....
제가 직장일로 루시아와 떨어져 주말부부로 몇년간 여수에서 근무할때, 전남도의 가볼만한 곳은 거의 다 가보았지만,
가까이에 있는 소록도만은 가보지 못했었습니다.
사슴모양을 닮았다고 하는 소록도....
섬안에는 실제 사슴이 1000여 마리가 야생으로 살고 있다고 합니다.
섬의 면적은 113만평으로 여의도의 1.5배 크기라고 하는데, 섬 전체가 국립소록도 병원으로 되어있으며,
고흥반도 녹동항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는데, 너무 가까워서 웬만한 사람은 헤엄쳐서도 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승용차를 실을 수 있는 배가 15분 간격으로 다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갈 수 있지만, 일반관광객은 섬안에서 잘 수가 없고
저녁에는 뭍으로 나와야됩니다. 녹동항에는 숙박시설과 횟집들이 잘 되어있습니다.
소록도는 그 자체가 하나의 작은 자치공화국으로 섬안에는 일반 행정시설은 물론이고 교도소와 화장터 까지 있었습니다.
1916년 한센병 환자를 격리 수용하기 위하여 세워진 소록도 병원에서,
일제시대 소록도 병원의 원장은 3권을 다가진 권력자였다고 합니다.(이청준의 소설 '당신들의 천국')
환자가 많을때는 12,000명 까지 있었다고 하는데,현재는 800명 정도가 있다고합니다.
한센병은 한때는 천형이라고 불리울만큼 공포의 질병이었지만 지금은 치료법이 발달되어 발병이 되더라도
감기환자처럼 약으로 치료가 된다고 하니, 언젠가는 환자가 한사람도 없는 날이 올 것입니다.
섬은 두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일반인들 누구나 관람이 가능한 개방구역과,
허가없이는 출입이 통제되는 환자구역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개방구역에는 일반인들을 위하여 전시실이 있으며, 일제시대때 환자를 마취도 없이 강제로 불임시술하던 단종대,
인체해부실등이 그대로 남아있는데, 아직도 핏자욱이 배어있는듯하여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합니다.
그리고 개방구역안에 있는 중앙공원에는 정말 국내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정도로 아름답게 잘 정돈된 수목들이 눈길을 끄는데,
그것들 모두 하나 하나 그들의 뭉그러진 손으로 다듬은 것이라 합니다.
개방구역에서 환자구역으로 들어가는 경계에는 삼나무 숲사이로 길게 뻗은 아스팔트길이 있는데,
저희를 차로 안내해주던 율리아나 자매님 (원장관사 안주인) 이 잠깐 차에서 내려보라고 하면서,
나무 한쪽에 붙어있는 커다란 흑백사진을 가리켰습니다.
사진에는 사람들이 아스팔트 길을 따라 양쪽으로 쭉 늘어서 마주보고 서있는데,
한달에 한번, 한센병 환자와 그 자녀들이 상면하는 장면이라고 합니다.(아이들은 바람을 뒤로하고 엄마 아빠를 바라보고 서있습니다.)
생이별이라는 말이 있지만, 어린자식을 손 한번 만져보지못하고 ,
멀리 떨어져서 얼굴만 바라보는 그들의 심정이 어떠했을까를 생각하니 나도모르게 뜨거운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소록도는 3무의 섬이었다고 합니다. 담이없고, 묘지가 없고, 아이들이 없답니다.
한센병 환자들은 3번 죽는다고 하였는데, 병에 걸리면서 한번죽고,두번째는 해부실에서 죽고, 마지막으로 화장터에서 죽는다고 했답니다.
환자구역 깊숙이 자살바위가 있는데, 죽음을 각오하고 바다에 뛰어들어 탈출을 시도하던 곳이라고 합니다.
그런 아픈사연을 안고있건만 소록도 바다의 아름다움은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금빛 반짝이는 잔물결이 눈을 부시게하였으며, 모랫가 울창한 해송은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하였습니다....
지금 병원장인 루가형제님은 소록도병원 28번째 원장님이라고 하는데, 가톨릭신자로는 최초라고 합니다.
주민의 70%가 개신교신자인 섬안에는 현재 개신교의 교회가 일곱있으며, 천주교회는 한곳이 있는데 교우들은 그동안
천주교 원장님을 보내달라고 마음을 모아 열심히 기도했다고 합니다. 루가원장님은 부임하여
교우들의 숙원사업이었던 피정의 집을 소록도의 가장 아름다운 바닷가에 지을 수 있도록 허가를 내주었다고합니다.
성당 동산에 있는 작은 사슴우리안에 하얀 사슴 일가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지난번 오스트리아 수녀님들이 떠난후, 어느날 우연히 아기사슴이 우리안으로 들어왔고
다음날 엄마사슴이 그리고 아빠사슴이 들어와 살게되었답니다.
소록도안에서도 보기드문 하얀사슴 일가족이 성당안에 보금자리를 잡은 것이지요....
사슴의 한없이 순하기만한 눈망울을 보면서, 정말 이곳은 지옥과 천국을 같이 느낄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박2일의 짧은 일정속에 아쉬움만 크게남아,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리면서
어느 봄날 꼭 다시한번 오고싶다는 생각을 하며 배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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