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8-11-1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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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경이 길가에 앉아 구걸하고 있다가 예수님이 지나간다는 소리를 듣고
“예수님,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부르짖었다.
예수님을 동행하던 사람들이 그가 소리를 지르지 못하도록 나무랐지만,
그럴수록 그는 더욱 큰 소리로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외쳤다.
예수님께서 걸음을 멈추고
그의 믿음을 보시고 다시 보게 하여 주셨다. (루카 복음 18,35-43)
예수님을 동행하던 사람들은 길 가기에 바쁘다.
오로지 길 가는 데에만 신경을 쏟다보니 주변을 둘러볼 겨를이 없다.
아픈 사람, 구걸하는 사람이 보일 리 없다.
그냥 가기에 바쁘다.
가던 길을 멈추어 서는 사람만이
손을 내미는 자에게 자비를 베풀 수 있다.
자비의 눈으로 주위를 살펴볼 수 있다.
우리는 앞으로 나가기에 바쁘다.
가던 길을 멈추면
금방 추월당하여 뒤로 쳐지고 말 것 같은 강박감 속에서 바쁘게 길을 간다.
왼쪽 오른쪽을 살피며 깜빡이를 켜서는 안 된다.
깜빡이를 켰다가는 뒤따라오던 차가
금방 달라붙어 차선을 변경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약삭빠르게 주변을 위협하며
무자비하게 자기 갈 길을 질주한다.
멈추는 자만이 주변에 자비로울 수 있다.
멈추는 자만이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사람을 하느님처럼 대할 수 있다.
멈추는 자의 눈은 자비롭다.
멈추어라.
세상이 아름다울 것이다.
멈추어 보라.
세상이 신비스러울 것이다.
이제민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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