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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5-03-07 00:00

부부가 사는 이야기

글쓴이 : 김근성(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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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사는 이야기 
 
부부가
사는 모습은 밖에서 보면 아기자기 하고 행복한 것 같지만 
둘이
살다보면 보람이나 행복보다는 싸울 일이 더 많은 것이 실제 생활이다 
공휴일
자리에서 일어나 신문을 보다가 
쉬는날
집에서 뭉게는 게으르고 무능한 남편이라는 벼락을 뒷 통수에 맞는 것은 
결혼
3년차쯤 되는 신랑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당해봤으리라 
 
같이
살다보면 서로 신경을 곤두세우거나 싸울 일이 오죽 많은가 
멀리
주변을 돌아 볼 것도 없다 
집안에
있는 냉장고의 냉동실에도 싸울 명문이 꽉차있고 

(귀한 음식을 이렇게 두느냐 ? 몇 일 지나면 돈 주고 산걸 그냥 버릴 것 아니냐 ?) 

(남자가 되서 쪼잖허게 냉장고나 열구 잔소리냐 ! 언제부터 당신이 부엌일에 관심이 많았냐 !) 
욕실
선반에도 싸울 꺼리는 널려있다 
 
아침에
양치질을 하려고 칫솔에 치약을 짜는 것 가지고도 싸울 수 있는 것이 부부다 
연애
시절 “왜 만나기 싫으냐, 이유가 뭐냐”로 시작된 싸움은 
시댁
다녀오는 차안에서 “야 ! 그렇게 밖에 못하냐 ! 나두 할 만큼 했어”하며 싸우고, 
자식을
낳고는 자식 때문에 싸우고, 
나이든
지금은 그렇게 밖에 못사느냐고 싸우고, 
그런
부부가 함께 수십년을 같이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만
해도 25년을 같이 살면서 수백번도 더 싸웠을 것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 살다보니 싸우는 횟수가 전보다 많이 줄어들어 가는 걸 느낀다. 
살아가면서
싸움이 줄어드는 이유는 
싸움의
원인이나 명분이 줄었기 때문이기 보다는 싸울 마음이 줄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부부가 오래도록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축복 받을 일이다. 
 
어제
3월 6일은 장인어른과 장모님의 금혼식이 있었다. 
결혼
50년째를 함께 맞이하는 장인어른과 장모님의 결혼기념일을 축하드리기 위해 
일요일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개구장이
손주와 손녀들의 요란한 축하 선물에 대한 답례로 
장인어른께서
“너희들 오남매가 이렇게 잘살아 줘서 고맙다”고 하셨는데 
자식에게
그렇게 엄하고 냉정하던 젊은 시절의 장인어른은 어디가고 
별
탈 없이 살아가는 자식을 보며 고맙다고 하시는 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웠다. 
 
이제
여든을 앞에 두신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평생직업이던 약국도 문을 닫고 
자식들을
도시로 보낸 여느 시골 어른들과 다름없이 고향집에서 두 분만 살고 계신다. 
직장
일이던, 자식일 이던 모든 일에 엄격하고 어느 경우에나 도리를 다하신 장인어른, 
남편
그늘 아래 고생한다는 소리 한번 못 듣고 오직 가정을 위해 평생을 살아오신 장모님 
살아오는
오랜 동안 얼마나 많은 고난과 시련이 쌓였을까 만은 
피와
땀이 베인 그 소중한 사랑과 헌신은 
50년이란
세월 속에 녹아들어 자식 사랑으로 환하게 빛나고 있다. 
 
나
역시 올해로 결혼 25주년이 된다. 
작은
아들은 군에 가있고 큰 딸아이는 대학 졸업을 앞둔 나이가 되고 보니 
어르신들의
자식에 대한 마음을 알 것 같다. 
 
장인어른과
장모님께서 자식들을 위해서 그렇게 애써 주셨는데, 
특별한
것 없이 아웅 다웅 싸우며 평범하게 사는 
집사람과
내 모습이 늘 미안하고 부끄럽고, 
앞으로
두 분과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지 안타깝고 가슴 저리다.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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