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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10-05 00:00

편안한 잠을 꿈꾸며 . . . . . (기행)

글쓴이 : 김근성(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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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잠을 꿈꾸며 . . . . >
 
요즘 들어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돈다.
얼마 전 아들의 군입대로 집안 기온은 더욱 떨어졌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고 몰려나가던 패거리들의 시끄러움은
사라지고
집사람의 저녁 기도 시간은 더욱 길어졌다.
TV 에서 무슨 병역기피니 원정 출산이니 하는 말만
나오면
단단히 벼르고 있었던 듯 어디론지 한 차례 진군할
기세다
아들을 군에 보내고 산란해진 마음이 좀처럼 풀리질 않는
모양이다
 그런 어수선함을 핑계삼아 . . . . . .

바닷가를 둘러보기로 했다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보듯
이 여행에서 우리는 더 많은 온기를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

갯내음 물씬한 서해바다가 그런 허전한 날에 잘 어울리는
여행지였으면 좋겠다.
 나는 지금 대하축제가 한창인 안면도(安眠島)로 향하고
있다 
여름 내 머물던 먹구름을 벗어버린 파란 하늘이
상쾌하다
야트막한 산이 병풍처럼 쳐져있고 산자락에 자리한 서너 채의
집들
그 밑으로 넓게 펼쳐진 들녁엔 농부의 땀으로 일궜을 누런
벼이삭
가을 들녘의 그 자연스러운 색채의 조화가 차창으로 길게
이어지며, 
단단하게 응어리진 마음을 열게 한다 일상의 도시를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떠난다는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킨다 
 서해안 고속도로 홍성 IC에서 내려 안면도 방면으로
가다보면 서산 방조제가 나오는데 
유조선을 사용한 물막이로 방조제를 조성해 정주영공법이라
화제가 되었던 곳이다
제방의 안쪽은 천수만 간척사업으로 바다를 거대한 농경지로
바꾼 현대 서산농장인데
현대그룹의 시련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겠지만
추수기에 들어선 가을 들녘은 황금 물결로 가득하다
 안면도는 우리나라에서 6번째로 큰 섬으로 1970년에
다리건설로 육지와 연결됐으며
울창한 송림(松林)과 아름다운 해변 그리고 해산물이
풍부한곳으로
2002년도부터 매년 봄에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울창한 송림은 국내 유일의 소나무 단순림으로 단일 소나무
숲으로는 세계 최대라 한다
안면 소나무는 고려때부터 궁궐과 배를 짓는데 주로
사용되었으며, 
이조 중종때부터 왕실에서 관리하였다고 한다
 콘도 앞에 펼쳐진 꽂지 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오후
3시가 넘어있다
해안 풍경이 단순하고 아름다워 아늑한 느낌을 주는
곳으로
중년 나이로 아늑한 해변의 정취를 찾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곳이다
 예약해둔 콘도에 짐을 풀고 해변을 내려다보며 잠시
쉬고있으려니 
누이한테서 미국에 사는 친구와 안면도 자연휴양림에 쉬러
왔다는 연락이 왔다
누이일행이 숙소로 정한 자연휴양림 내에 있는 통나무집을
찾았다
휴양림은 높이 20m 는 됨직한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서서
온 숲을 솔 향기로 가득 채우고 있는데 안면 송의 위용이
느껴진다. 
서로의 반가움을 웃음으로 전하며 휴양림의 이곳 저곳을
돌아보다가 
눈길을 잡아끄는 식당에 들려 저녁식사를 했다
 밤바다를 바라다보며 . . . . . . .
.
콘도 베란다에 있는 의자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오늘 누이를 만났던 일을 생각해봤다
서로 약속한 것도 아닌데 이런 장소에서 이렇게도 만나는 구나
! 
서로의 생활에 매달리다보니 만나는 일이 점점 뜸해지지만

서로 얼굴을 보는 것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니 가족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족이란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든 서로에 대한 마음의 부채를
가지고 산다
나름대로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간다고
노력하지만 
사는 것 자체가 가족이나 주변에 있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물적이든 심적이든 폐를 끼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어느 가족에나 갈등과 상처는 있기 마련이다 
아픔을 참으며 상처를 삭혀버리기에 밖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참고 삭혀버린 아픈 마음이 쌓여 가족의 평화가 되는
것이리라.
 아들애가 군에 입대하던 날 애들의 방을 들여다본 적이
있다
시험 준비에 지쳐있는 딸애는 머리 위까지 이불을 덮어쓰고
있고
아들이 쓰던 빈방은 군 입대에 대한 불안함이 남아있는 듯
어수선하다
그 애들의 방에는 세상일에 부대끼고 사느라 마음먹은 만큼
해주지 못하는 가장의 상실이 거기 있었다
저 수상하고 분주한 미래(未來)는 서로 사랑을 나누며 애들과
함께 가야겠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바다 저 멀리서 배의 불빛이 반짝인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고향이 보이는 듯하다
빈틈없이 돌아가는 세속의 짐과 욕심을 내려놓고
빈 마음으로 찾아야 진면목이 보이는 그런 고향 바다를
본다
 소나무의 향기를 맡는 것과 그리고 어듬에 덮인 바닷
내음을 맡는 것도
하루밤의 편안한 숙면을 위한 것이려니 . . . . . .

 시끄럽게 짓어대는 까치소리에 잠을 깼다. 
몽글몽글 솟아 오른 옅은 해무가 섬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다 
아침 산책을 나온 연인들은 하나 둘 해안으로 모여들고
바닷물이 들어오며 은빛으로 빛나던 백사장이 바다에 잠겨가고
있다
 서해바다가 아침에 보여주는 광경은 정말 감동이다 .
. . . 
내 주변의 사람들은 서해보다는 동해에 더 친숙함을 느끼는
모양이다
동해는 해안선이 단순하여 해변도로에서 탁 트인 시원한 바다
풍경을 보여 주는데 반하여
서해의 해안선은 섬과 만에 감추어져있어 주변 도로에 그
속살을 보여 주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동해가 탁 트인 시원함이 있다면, 
서해의 풍경에는 은은한 아름다움이 있다. 
어촌 마을과 그 앞에 떠 있는 작은 섬 그리고 경사가 완만한
해변
썰물 때면 드러나는 해변의 넓은 백사장과 아름다운
노을
이런 풍경은 서해만이 가지고 있는 모습이다. 
한적한 바다를 즐기려면 서해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오전 11시까지 숙소를 비워주어야 하기에 
아침겸 점심은 간월도에서 먹기로 하고 10시경에 숙소를
나섰다
꽂지에서 간월도 까지는 승용차로 20분 정도 걸린다
지금의 간월도는 뭍으로 변했지만 본래 이곳은 배를 타고
건너다니던 섬이였다. 
그러나 1980년경 방조제 공사로 육지와 연결되면서 섬은
간척지에 속하게 됐으며, 
지금은 조선시대 무학대사가 달빛을 보고 홀연히 득도했다는
간월암(看月庵)이 있는
작은 돌섬만이 섬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암자 위에서 천수만을 둘러보니 눈이 시원하다.

거친 갯벌 위에 점 점히 정박한 배들, 오른쪽
멀지 않은 곳에서 만나는 안면도 해안이 평화롭다
간월도는 육지로 변했지만 지금도 넓은 갯벌에 굴 양식장이
있다. 
갯벌에서 딴 굴을 해수에 씻고 양념과 천일염으로 간을 맞추어
발효하면 어리굴젓이 되는데
간월도 굴은 타 지역 굴보다 색깔이 검으며 몸에 물날개가
많아
양념이 골고루 묻어 발효가 되기 때문에 깊은 맛을 낸다고
한다.
 간월암과 그 옆에 붙어있는 물빠진 포구를 둘러보고
나니 아침을 안먹은 탓인지 배가 촐촐하다
식당을 둘러보다 "그곳에 가고 싶다"는 TV 프로에
방영되었다고 쓰여있는 식당엘 들렸다
점심으론 조금 이른 때라 그런지 손님이 우리뿐이다
간월도 굴로 만든다는 '영양굴밥'을 주문하며 
"식당이 한산 하 내요" 하며 주인에게 말을 건내니
토요일과 일요일엔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는데 오늘은 월요일이라 그렇다고 한다
돌솥으로 지은 굴밥과 바지락국이 밥상에 올랐다.
굴밥을 양념간장에 비빈 후 어리굴젓을 곁들여 먹으니 아주
맛이 난다
뚝배기보다 장맛이라고 허름한 집에 비해 밥과 찬이 맛 갈
지고 양도 푸짐하다
밥값 계산을 하려니
집에서 직접 담근 어리굴젓을 밥상에 올려야 하는데 어제 왔던
손님이 하두 졸라 전부 내주는 바람에,
굴젓을 사다가 밥상에 올려서 죄송하다며 식사 값에서 천원을
빼준다
자기가 담근 어리굴젓을 밥상에 올려야 밥값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는
주인 아줌마의 어리굴젓에 대한 자부심이 마음을 살찌우는
듯하다
 돌아가는 길에 해미성지를 들렸다
서울이라면 2시간 정도 걸리겠지만 여기서는 20분이
걸렸다
성지(聖地)는 해미관아에서 처형장으로 사용하던 곳으로
새로 건물을 짓고 주변을 잘 조성해 놓았는지라
가설건물이 전부이던 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고 순례중인
사람도 많았다
해미는 천주교가 일찍 전파된 내포지방 여러 고을 중 유일하게
병영이 설치되었던 곳으로
1790년대로부터 백년동안 무려 3천여명이나 순교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름이 알려진 순교자는 박취득 (라우렌시오) 등 수십명
뿐이라 한다
원래 여행에서 의도하였던 바는 아니나, 
"순교자 성월"이 끝나가는 때에 
무명신자 수천명이 순교한 이곳 해미성지에서 성체조배를 한
것은 또 다른 행운이였다
순례가 끝난 사람들을 가득 태운 버스가 떠나는 걸
보며
 해미 IC 에서 서해안 고속도로에 올랐다
전 같으면 예산과 천안을 거쳐 서울로 갔을 텐데
지금은 서해안 고속도로로 당진에서 서해대교를 거쳐 바로
서울로 진입한다
서해안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서울로 가는 방향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말이 실감난다
마음이 바뀌면 사람이 변하듯
사람의 보는 시각이 바뀌면 강산도 변하는 것이리라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풍경이 
어느 날엔 가슴 저린 감동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그냥 흘려버릴 듯한 일상이 
어느 것보다 소중한 추억이 되는 것이다
 안면도를 돌아보는 길이
그랬다.
< 2003. 9. 28 ∼ 29 집사람과 안면도를 다녀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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