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夕]
성묘를 간다.
가시나무 많은 산을 꽃 차림 하고 줄지어 오르고 있다.
맨 앞엔 할아버지가, 그 뒤엔 아버지가 가며
굵은 가시나무 가지라면 젖혀 주고 잔가지라면 부러뜨려주고,
어린 손자들은 마음 놓고 산열매도 따며 산길을 오르고 있다.
도란도란 말소리가 흐르고 그렇게 정이 흐른다.
산 위에 동그랗게 꽃 줄을 내는 일가족
오늘밤엔 꼭 요 모양인 달이 뜨겠다.
[성명진,1966~]

나는 지금 이글을 읽으며 타임머신을 타고 70년전 내고향의 추석풍경을 그리고있다.
어린 시절에 어머니가 추석 대목장에 고추랑 개랑 내다 팔아 옷도 사 오고 신발도 사 오면 왜 그리 좋았는지. 새 신발을 머리맡 에 놓아두고 잠이 들던 기억이 새롭다. 햅쌀 가루로 반죽을 해서 깨 콩, 팥소를 넣어 반달 모양으로 송편을 빚었다. 가족들이 모여 함께 빚던 송편은 솔잎을 뿌려 쪄서 그윽한 달빛 같은 솔향기가 낳다.
햇곡식과 햇과일로 차례를 지내고나면 어른들을 앞세우고 추석빔을 곱게 차려입고 성묘를 갔다.산열매도 따서 먹고 조상님들 이야기도 들으며 성묘를 가면 도란도란 情 이 흘렀다. 그런 밤에 산위에는 동그랗게 꽃 줄을 내며 가던 가족 모양의 달이 떠올랐다. 달을 보며 소원을 빌고 모든 근심을 다 띄워 보내던, 그리고 보름달처럼 둥근 원을 그리며 흥겹게 강강술래를 하던 추석이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사는 일이 한가위만 같으면 얼마나 좋으랴.
[이준관 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