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차례 모습
올 가을 추석 전후의 날씨는 유난히 쾌청하다 세 차례의 태풍이 지난 다음이라서 그런지 ... 한가위 보름 달도 말끔하게 보이리라고 예보가 나온다
우리 집에선 어느 해나 다름없이 추석 맞이 준비가 한창이다 나박김치는 사날 전에 담궜고 전날인 오늘은 동세(동서의 서울 사투리)들이 모여서 전 부치고 나물 볶고 밤 늦게는 삥 둘러 앉아서 애들까지 송편 빚느라고 시끌 벅적하다
새벽녘에 일어나서 목욕하고 나서 차례모실 준비를 이것 저것 챙긴다 성묘갈 채비는 엊저녁에 미리서 다 해 놓았고 ...
차례를 올리고 나서는 성묘하러 제사꾼 이십여명이 다 함께 출발하는데 9시 전에 출발하느라고 서둘러야 한다 길이 막히기 전에 강변로를 통과해서 자유로를 뚫고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음복 술 한잔에 아침을 서둘러서 마치고 승용차로 줄지어서 경부고속도로를 9시 반 전 쯤에 뚫고서 자유로로 들어서야 하기 때문에 서둘르는 것이다 그러면 별로 막히지 않고 자유로를 끝까지 시원스레 달려서 공원묘지에 다다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조상 묘에서 제주를 올린 다음에는 20여명 식구가 빙 둘러 앉아서 음복을 하고 늦은 점심을 그 자리에서 차려서 먹는다 얼큰한 찌개에 말아서 먹는 밥이 유난히 맛이 있다 오랜 동안 반복해서 해 왔기 때문에 이골이 나서 척척 잘도 해낸다 과일과 커피까지 나오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집안 식구가 함께 모여서 조상님께 절을 올리고 나서 준비해 온 풍성하고 맛 있는 ~오랜 동안에 입에 맞춰 온 특유의~ 음식을 나누면서 그 동안의 밀린 이야기도 해 가면서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질 쯤에야 왁자지껄 작별 인사를 나눈 다음 각자의 집으로 출발한다
올해로 75세가 넘어서니 감회가 또 다른데가 있는 거 같다
제사 모시는 진행도 그리 매끄럽지가 못한 거 같고 큰절을 하고 일어서는 동작도 뒤뚱거릴 때가 있고 산 허리를 잠깐 오르는 것도 삐뚤거리는 거 같고 ...
그런 중에서도 술 한잔 하는 실력은 아직 눈에 띄게 변한 거 같지 않으니 그나마 위안이 되지않을까?
땅 거미가 질 때 쯤 답답하고 지루한 귀경 길 두어 시간 만에 집에 들어오니 속이 다 시원하다 창문을 열고 밤 하늘을 올려다 보니 보름달이 둥그렇게 하늘 높이 떠 있다 ‘달님! 올해도 풍성한 가을을 내려주실 거지요?! 고마우셔유!’
2012.9.30. 추석 성묘를 다녀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