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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4-28 12:15
기다림
 글쓴이 : 박숙희글라…
조회 : 15,171  

그다지 가고 싶진 않았다.

음악회는 꼭 그곳이 아니더라도 갈 기회가 자주 있는 편이고

더구나 월요일인데 한 주를 시작하는 날, 일을 안하고

음악회를 가서 남편에게 낯이 안서는 경우를 겪고 싶지도 않았고

꼭 거기까지 가서 노래를 들어야할 합당한 이유도 없었는데

유진 엄마는 꼭 가자며 민증 번호까지 다그치며 물어댄다.

민증 번호를 알려 주는 일도 역시 마땅찮았다.

그러나 친밀감으로 다가오며 자신에게 어떤 득이 되는 일이 아닌데도

적극적으로 가기를 청하는 바람에 그냥 어떨결에 알려주고

가야할 날이 다가 왔다.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집을 나섰다.

그러나 밖에 나오면 집안 일은 깡그리 잊어 버리는 습성으로

명랑하게 만나는 장소로 가니 벌써들 와있어서 카풀 상태로

영등포 교도소로 향했다.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절차를 기다리는데 "아~ 여기가 교도소였었지"하는 생각 절로 날 만큼

까다롭고 까다로워라. 민증과 핸드폰등을 맡긴채 방문증을 패용하고

콘서트 장소로 들어가기까지 꽤 지루하게 기다렸다.

신부님 수녀님. 그리고 봉사자들을 위해 재소자들이 마련한

음악회~~살아 가면서 들어 보기 쉽지 않은 특별한 경험이 되겠지.

교도소에 들어 와 볼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유진엄마가 오래 봉사한 덕에 와 볼 수 있었으니

참 난 복도 많지.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리다 몇개의 관문을 거쳐

강당 같은 곳에 입장했다.

 

무대에선 준비하는 사람들 분주히 오가고

뒷좌석엔 재소자들인듯 싶은 사람들이 같은 옷을 입고 앉아 있고

간수같은 사람들도 자리를 잡고 앉아 있거나 오가며 장내를 정리하고 있었다.

화면에서는 아름다운 풍경과 좋은 글귀들이 나오고 있었고,

잔잔하게 우리 마음에 와 닿을 만한 음악이 흐르고있었다.

될 수 있는한 앞자리에 앉으려고 앞으로 나가 두번째 좌석에 앉아 보게 되었다.

 

감옥이라는 특수한 장소에서 사는 사람들!! 우리가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그러한 상황의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마주 호흡하며

무언가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아주 색다른 느낌이었다.

무언가 알수 없는 막연한 기대를 갖게 했다.

유진 엄마는 옆에서 계속 그들에게서 받는 것이 얼마나 많은 가에 대해 얘기했다.

아주 작은 사랑으로 그들이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 오는가에 대해...

한번 두번 방문 할때마다 달라지는 그들의 눈빛을 이야기 했다.

눈에 가득했던 원망, 분노, 독기가 서서히 빠져 나가는 것이 보인다는....

군종 사목이 황금어장이라고 얘기했던 어떤 신부님의 말씀처럼

교정 사목도 그런 모양이다.

 

대강당이라지만 그다지 시설이 좋지 않다보니

허술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런 건물 인데도 나름 풍선도 달고

노력한 흔적이 보여졌다. 관람자들이 대체로 카톨릭 신자들이면서 봉사자들이다 보니

그 모든 것들에대해 아무런 불편도 없고 그냥 감사하는 마음들인듯 싶었다.

 

천주교 서울 대교구 사회 교정 사목 위원회 창립 40주년 기념공연에 초대된것이다.

제목은 "기다림"성가 콘서트

기다림의 의미가 더욱 새롭게 와 닿았다.

그들의 기다림은 무엇일까? 나의 기다림과는 무어가 다를까?

기다림의 무게가 다르고 공간이 다름이 느껴지며

가슴이 아려왔다.

 

"4월의 어느 멋진 날에" 로 시작된 콘서트.

황토색 바지와 노란 T-셔츠를 입고 잔잔하게

노래를 시작하더니 여러 쟝르의 노래, 춤, 상황극등을

그 곳이 바로 아이디어의 산실인듯 여겨질 만큼

다양한 재치와 유머로, 어떻게 저런 재료들을 구했나 싶을 만큼

다양한 컨셉으로 그들의 신부님, 수녀님, 봉사자들을 위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또한 관람석의 사람들의 호응이 장난이 아니었다.

혼연일체!! 내가 처음으로 그 단어의 의미를 실감 한 것 같았다.

집에 돌아 와서 완전 그로키 상태가 되었다.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

그렇게 재주 많은 녀석들이 어쩌다 저기에?.... 그게 참 마음이 아팠다.

좋은 환경에서 태어 났으면 그 재능 발휘하고 잘 살았을텐데...

 

이 음악회를 원래는 작년 10월에 하기로 예정 되었었는데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이번에 하게 되었다는데 그래서 8개월의

준비기간이 있었고 그래서 더 충실한 콘서트가 된 것 같았다.

거기 공소의 "글로리아 성가대"는 확실히 제 역할을 하고 있는 듯했다.

5월에 가석방 된다는 친구도 둘이나 있었는데 한명이 농담인지 모를 얘기를 한다.

음악회가 연기 되어 그 사이 본인이 가석방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다는...

우린 모두 웃었는데 사실 그럴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도 또 다른 하나의 사회이기 때문에...

소원을 말하라니까, 허리 벨트 맛사지기 원하는 친구, 장가 가고 싶다는 친구, 짜장면 먹고 싶다는 친구

다양했는데 우리에겐 쉽게 먹을 수 있는 짜장면도 거기선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

 

유진엄마!!

고마웠어. 이런 감동적인 음악회는 생전 처음이야~~

다음에 만약 이런 기회가 있다면 꼭 같이 가자고 말해 주고.

봉사자로 나를 끌어 들일 생각은 보류해야 될것 같아.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62세부터 하라고 하네.

지금도 기운이 딸리는데 그 때 할 수 있을까?

 

다음은, 음악회 초대글을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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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모든걸 포기하고 절망하던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희망의 빛이 보입니다.

오늘 날 이런 밝은 마음을 갖기까지... 그리고 우리의 꿈인 성가

콘서트를 실현시키기 까지 기도와 봉사로 애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신앙의 천사들이 우리 주위에 함께 있어 더불어 행복한 공소를 일구고

있음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시간과 공간을 떠나서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것이 기쁘기만  합니다.

열심히 하라고 밀어주시는 신부님과 수녀님... 존재 자체로 힘을

더해 주시는 봉사자 형제,자매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기다림"  콘서트를 위해 많은 노력과 땀을 흘렸습니다.

어렵고 힘든 준비 과정이었지만 기쁨과 감동을 함께 나누고자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저희가 드리는 사랑의 에너지를 가득 충전해 가시길 바라며

끝나는 시간까지 따뜻한 박수로 격려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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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긴 글인데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숙희글라… 10-04-28 12:27
 
감동적인 경험!! 잊지 않고 싶어 글로 남깁니다.
박테레사 10-04-28 13:59
 
그날이 감동이 글을 통해 절절히 전해오네요.. 그래서 세상은 미지의 땅인가 봅니다. 오늘 아침 오은선의 에베레스트 등반소식이 있었는데 우리가 거기까지 오르지는 못해도 도전해야 할 일들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소중한 경험하신 것을 축하드리며 저에게도 그런 아름다운 기회가 있었으면 하고 소망해 봅니다
박라파엘 10-04-28 16:55
 
감동적인 글 잘 읽었습니다. 딴세상인 교도소에서 있었던 일을 같이 보고있는듯이 표현해 주시니 현장감이 느껴집니다. 준비를 위해 생각을 많이 하고 실천한 재소자들이 눈에 선합니다. 언제 어디서든지 준비하는 사람들이 고생 하게 마련인데 그친구 한번 보고싶네요 자장면 같이 먹게요,,, 수고하셨습니다.
천민식마리… 10-04-29 07:45
 
자매님! 그날 거기까지 가시는데 우리 보통 평범한 사람이면 누구나 느꼈을 마음의 갈등을 비록 자의든, 타의든 그날의 감동으로 승화시키는데 글의 구절 구절에서 절절히 느껴집니다. 가보지못한 독자에게도 마치 현장에서 보는것 처럼 말입니다. 그들의 자그만 소망에서 지금 우리의 처지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도 생각하게하는 글...............
조금있으면 가정의 달 5월인데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천민식 마리노
플로라 10-05-02 10:24
 
글라라 자매님 반가워요~
글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숙연해지고 . .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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