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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11-07 11:47
오! 하느님! 너무 너무 감읍하나이다!
 글쓴이 : 요한 김
조회 : 12,495  
오! 하느님! 감읍하옵나이다.

 오늘의 영결미사는 다른 그 어떤 영결미사 보다 깊은 감명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았다. 50대 초반의 어머니가 암으로 수술 받은 후 6개월도 안돼서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니 너무나 애석하다
본인은 천주교 신자이지만 자손들과 가족이 신자가 아닌데도 성당에서 영결미사를 드리기로 하였다는 신부님의 설명 말씀을 듣고 지나간 여러 가지 생각이 나서 해 묵은 감회를 떠 올리게 되었다

  지금부터 40여 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나에게 가까운 친척 누님이 한 분 계셨는데 신혼시절에 6.25 동란을 겪으면서 남편은 행방불명이 되고 갓난 애기 딸을 혼자 기르게 되었다. 그 시절엔 별 다른 수가 없어서 동대문 시장에서 삯바느질로 생계를 꾸려가게 되었다
쌀도 날마다 종이 봉지에다 사서 먹고 연탄도 새꾸라기에 두어 장씩 매달아서 드려다 때곤 하면서 20여 년 동안 어려운 가운데 외동딸 애를 공부시켜 가면서 살림을 도맡아 갔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누님의 영결식이 천호동에 있는 성당에서 거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그 성당엘 찾아 갔다 그 때는 나도 믿음을 가지기 전이고 또 그 누이가 성당에 다닌다는 소리도 못 듣던 터였다

 그날 영결식에 참석해서 여러 가지 감회가 머릿속에서 파도치듯이 밀려 왔다. 그 누이가 어릴 때는 넉넉한 방앗간 집에서 자라서 시집도 곧 잘 갔는데 청천병력 같은 난리가 나서 외롭고 어려운 한 세상을 살더니 죽음을 맞아서 어떻게 하려나 참으로 너무나 가여운 여인의 한 평생을 어떻게 마감하려나?!

 나도 그 땐 천주교를 잘 모를 때 이었으니까 ...
성당엘 들어서니 신자들이 교회당을 꽉 메우고 아주 근엄하고 엄숙한 장례예식을 거행하는 것이었다. 사회적인 공로가 있거나 유력인사들의 가족행사가 근엄하게 거행되는 것 같은 인상을 순간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내 생각으론 그 누이가 성당에 크게 공헌한 것도 별로 없을 것이고 열심이 있는 신자 같지도 않은데 “이 어찌된 호사를 치르나?” 고맙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는 하지만 세상 이치로는 잘 이해가 안 되는 일이었다.
 ‘ 몇 안 되는 친척이나 모여서 쓸쓸하고 한이 많은 여자의 한 평생을 보낸 자식 복도 별로 없는 가련한 한 여인의 초라하고 쓸쓸한 장례를 치르게 되겠지!’ 하고 생각한 나의 짐작이 아주 빗나가고 만 것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많은 생각을 심각하게 고심하면서 ‘음, 나도 언젠가는 천주교에 귀의하리라’는 마음의 다짐을 하게 되었다

오늘 우리 성당에서 이 장례예식을 보면서 다시 옛날의 그 누이 장례식을 떠올리게 되니 참으로 감회가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우리 주 하느님!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하느님 은혜에 여기 엎드려 감읍하나이다!.

요한 김 11-12-1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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