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여, 깨어나라! (강영구 루치오 신부(교구 총대리)
나는 2013년 “사목정보” 7월 호에 ‘사제는 甲인가?’라는 글을 기고한 적이 있다. 이 글은 올해 사제 성화의 날에 마산지구 신부님들 앞에서 했던 강의 전문이다. 내용 가운데 중요한 부분을 소개하면 이렇다.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신비체인 교회 안에 ‘갑을관계’는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의 뿌리 깊은 성직자 중심주의 때문에 본당에서 사제는 ‘갑’, 평신도는 ‘을’의 처지가 된다. 평신도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사제들의 ‘갑질’ 때문에 상처받고 떠나는 경우가 많다. 관료화(官僚化)된 사제들의 전횡(專橫), 불성실한 성무집행, 직무 사제직 수행의 태만, 상식에 미치지 못하는 언행 따위가 사제들의 갑질이다.”
한국교회의 성직자 중심주의는 하루빨리 타파(打破)되어야 한다. 그리고 평신도들이 자신의 소명에 충실하여 빛과 소금의 역할(마태 5,13-16)을 다할 때 한국사회에서 가톨릭교회는 살아날 수 있다. 그러나 ‘중은 제 머리를 못 깎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성직자들 스스로 성직자 중심주의의 병폐를 깨뜨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굳어진 관행(慣行)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고, 기득권을 내려놓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도리 없이 평신도들이 깨어나서, 자신의 위치와 소명의식을 찾고 성직자들을 일깨울 수밖에 없다.
평신도는 세례를 통하여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사제직과 예언직과 왕직에 참여한다. 이것을 평신도의 일반 사제직이라고 한다.(교회헌장 31항) 성직자는 성품성사를 통해서 머리이신 그리스도로부터 직무 사제직에 불림 받고, 재치(裁治), 교도(敎導), 성화(聖化)의 삼중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성직자의 삼중직무는 특권이 아니다. 교회와 평신도에게 봉사하고 섬기기 위한 것이다. 더구나 성직자는 평신도 가정에서 배출된다.
성직자나 평신도는 똑같이 그리스도로부터 소명을 부여받는다. 따라서 교회 안에서 직무와 소명의 구별은 있지만, 신분이나 지위의 차별은 없다. 성직자나 평신도는 신비체(神秘體)의 지체로서 동등한 지위와 위치에 있다.(1코린 12,12-31) 평신도는 학력, 전문지식, 재능, 경제적 능력, 사회적 지위, 사회활동, 인간관계, 인격성숙에 있어서 사제들을 능가한다.
우리 사회를 밝히고 살맛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 한가운데서 살고 있는 평신도들이지 성직자들이 아니다. 평신도들이여, 깨어나라! 교회 안에서 평신도는 을이 아니다. 슈퍼 갑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