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달 동안 많이 주저하고 망설였습니다. 나눔방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서, 이건 아닌데... 싶은 적이 많았지만 지금 이 상황까지 오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에, 그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려니 생각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만 있었습니다. 지금은 침묵하고 있었던 지난 몇 개월이 후회스럽네요.
좀더 일찍 의견을 올렸더라면 적어도 8천명 운운하며 바오로 전공동체가 마치 같은 생각을 가진 양, 모든 신자의 의견을 대표하는 것처럼 글을 올리고 여론을 호도하는 일을 저리도 거리낌없이, 쉽게 하지는 않았을텐데 싶어 마음이 더욱 무겁습니다.
저는 미사에 참례하고 신자의 의무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평범한 교우입니다. 시간을 내어 봉사하고 성당일을 내 일처럼, 아니 내 일보다 우선으로 여기면서 봉사하는 분들에 대해 막연하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봉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게으르고 부끄러운 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이런 제가 감히 글을 올린다는 게 맞는 일일까? 고민도 해보았지만 저도 분당성바오로성당의 일원이고, 또 어쩌면 성당 운영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에 오히려 저와 같은 대다수의 신자들의 느끼는 바를 전달하는 의미도 있을 것 같아 글을 씁니다.
언젠가 다른 성당에서 우리 성당으로 전입오신 분이 말씀하시더군요. 그 분은 이전 성당에서도, 이 곳 바오로성당에서도 열심히 봉사하는 분인데 “여기는 부자동네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단체에서 성당경비를 너무 쉽게 쓰는 것 같아 놀랐다”고 했었습니다. 주로 식비를 얘기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성당경비 사용 문제가 불거지고나서 제일 먼저 그 얘기가 떠올랐고 무엇이 문제인지 바로 이해가 됐습니다. 어찌 보면 기준 문제일 수도 있지만 비용 부분은 오해의 소지가 전혀 없도록 철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성당에서는요. 이건 봉사를 많이 하고 적게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 부분에 대해 해명한 글을 보았습니다. 저로서는 봉사자의 가족이 아픈 것과 평소에 집행해본 적이 없는 금액을 집행한 것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성지순례시 다른 비용을 절감하여 성당경비로 미사예물을 봉헌했다는 부분도 마찬가지였구요. 미사예물은 크든 작든 개인이 정성을 표해야 맞는 것이지요. 어찌됐든 “잘못된 극히 일부분의 행위로 전체를 판단했다”는 해명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게 우리 성당의 관례였다면 우리들은 깨닫고 발견하기 어렵지만 새로오신 신부님 또는 전입온 신자의 눈에는 그 부분이 정확히 보였겠지요.
농협건물 문제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는 문제일 수 있습니다. 넓은 공간은 기존 신자들을 위해서도, 또한 미래의 교우들을 위해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성당의 일부 봉사자(사목위원)들을 위한 방은 별도로 마련해두고, 다른 신자들에게는 개방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라면 얘기는 분명 달라집니다. (이건 사제관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기존 사제집무실부터 활용하도록 하겠다는 신부님의 말씀이 저는 백번 옳다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을 지난 주일에 성전 앞을 점령하고 돌린 “호소문”에서는 “주임신부님실마저 폐쇄했다“고 써놓았더군요. 두 분 신부님에게 아파트로 가시라고 비아냥거리는 대목에서는 정말이지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어찌 그리 한평생 올바른 길을 걸어가려고 노력하는 사제에게 모욕을 주시는지요? 무슨 자격으로 그러시는 겁니까? 혹시 성당에서 봉사를 많이 하고, 성당 사정을 잘 아는 분들은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또한 신부님들이 휴가를 몇 회 가시는지, 며칠이나 가시는지 어찌 그리 잘 아십니까? 얼핏 생각해봐도 신부님들은 출퇴근시간도, 공휴일도 없이 일하시다가 일주일에 하루 겨우 쉬시고 그나마 일이 있으면 휴일 하루도 온전히 쉬기가 어려우신 상황인데 휴가 좀 가시면 어떻습니까? 오히려 저는 힘든 일을 겪으신 보좌신부님을 위해 기꺼이 부하가 걸리는 부분을 감수하고 휴가를 보내주시는 주임신부님의 모습에서 느끼는 점이 많았습니다.
“저희 신자들은”, “저희는”, “저희를 위해서” 이런 얘기 함부로 하지 마십시오. 모든 신자들이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그것도 모자라 성전 앞을 점령하여 직접 호소문을 돌린 분들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게 절대 아니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오히려 저처럼 안타까운 마음으로 조용히 기도하며 지켜보는 분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지난 주일 9시미사 후에 그렇게 조용히 지켜보던 분들이 큰소리 내시는 것을 직접 들었지 않습니까? “거룩한 성전에서 이게 뭐하는 짓이냐?” 항의하는 몸짓을 보았지 않습니까?
신부님이 어느 미사를 집전하시는지, 어느 회합에 들어가시는지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 저래라 합니까? 강론 내용이 성의 없다고 무슨 기준으로 단정 짓습니까? 그리고 신앙이라는 큰 틀은 같지만 신부님들마다 사목하시는 방향은 조금씩 다를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청소년 사목에 힘쓰시는 분, 바오로대학 같은 노인 사목에 중점을 두시는 분, 자비의예수님 신심 강화에 힘쓰시는 신부님도 계시더군요. 내가 원하는 방향하고 다르다고 그 분들이 사목을 잘못 하시는 것입니까?
강론도 그렇습니다. 목소리가 크신 신부님이라면 강론이 잘 들려서 좋다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소리가 너무 쩌렁쩌렁 울려서 힘들다는 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강론이 길면 알차서 좋은 분도 있을 것이고, 짧고 간결한 강론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는 분도 있겠지요. 저는 주임신부님 강론이 아주 잘 들립니다. 마음에 잘 와 닿습니다. 루카 주임신부님 강론도, 대건안드레아 주임신부님 강론도 저는 다 좋았습니다. 제발 마음을 좀 열었으면 합니다.
제가 알기로 사제 모독죄는 헤아릴 수 없이 큰 죄입니다. 신자들이 지키고 보호해드려야 할 신부님을 성당에서 나가시라고 하다니요? 이렇게 무서운 일이 어디 있습니까? 일반신자들은 호소문 돌리는 분들이 우려하는 것만큼 여러분을 오해하고 있지 않습니다. 부디 여기서 멈춰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