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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1-14 10:31
어느 신부님 이야기
 글쓴이 : 가로등2
조회 : 17,720  

지난 어느날 영동고속도로 ○○휴게소. 

한 중년 부인이 승용차 창문을 반쯤 내리고
부근에서 빗자루 질 하는 미화원 ㅂ씨를 불렀다. 

ㅂ씨는 부인이 부르는 '아저씨'가 자신이란 걸 뒤늦게 알고 고개를 돌렸다. 
이거(일회용 종이컵) 어디에 버려요? 
" 이리 주세요." 
그걸 몰라서 묻나. 쓰레기통까지 가기가 그렇게 귀찮은가…

ㅂ씨는 휴게소 미화원으로 
일한 지 이 날로 꼭 한 달째다.
그런데도 아저씨란 호칭이 낯설다.
지난 27년 동안 신부님이란 소리만 듣고 살았기 때문이다.
안식년을 이용해 휴게소 미화원으로 취직한 청소부가 된 ㅂ신부.

그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12시간 동안 휴게소
광장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며 빗자루 질을 한다.

그의 신분을 아는 사람은 주변에 한 명도 없다.
기자의 기습에 깜짝 놀란 그는 아무도 모르게 하는 일인데하며
사람들 눈을 피해 어렵사리 말문을 열었다.
사람들 사는 게 점점 힘들어 보여서 삶의 현장으로 나와 본 거예요.
난 신학교 출신이라 돈 벌어본 적도 없고, 세상 물정에도 어두워요.
신자들이 어떻게 벌어서 자식들 공부시키고 집 장만하고, 교무금을 내는지
알아야 하잖아요.
그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소위 빽을 경험했다.

농공단지에 일자리를 알아보려고 갔는데 나이가 많아 받아주는 데가 없었다.
아는 사람이 힘을 써줘서 겨우 휴게소 미화원 자리를 얻기는 했지만
사오정'니 오륙도니 하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니란 걸 피부로 느꼈다.

그는 출근 첫날 빗자루를 내던지고 그만두려고 했다.
화장실 구역을 배정받았는데 허리 펴 볼 틈도 없이 바쁘고 힘이 들었다.
대소변 묻은 변기 닦아내고, 발자국 난 바닥 걸레질하고,
담배 한대 피우고 돌아오면 또 엉망이고….
그래도 일이 고달픈 건 견딜 만 했다. 사람들 멸시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

어느 날, 한 여성이 커피 자판기 앞에서 구시렁거리며 불평을 했다.
무엇을 잘못 눌렀는지 커피가 걸쭉하게 나와 도저히 마실 수 없는 상태였다.
ㅂ신부는 휴게소 직원으로서 자신의 동전을 다시 넣고 제대로 된
커피를 뽑아주었다. 그랬더니 그 여성이
"고마워요. 저건(걸쭉한 커피) 아저씨 드시면 되겠네"라며 돌아서는 게 아닌가

."제가 그 때 청소복이 아니라 신사복 차림이었다면
그 여성이
어떤 인사를 했을까요? 겉모습으로 사람을 평가하면 
안 되죠.
ㅂ신부는 그러고 보면 지난 27년 동안 사제복 덕분에 분에
넘치는 인사와 대접을 받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눈물 젖은(?) 호두과자도 먹어 보았다.
아침식사를 거르고 나왔는데 허기가 져서 도저히 빗자루 질을 할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호두과자 한 봉지를 사들고 트럭 뒤에 쪼그려 앉아 몰래 먹었다.
손님들 앞에서 음식물 섭취와 흡연을 금지하는 근무규정 때문이다.

그의 한달 세전 월급은 120만원. 그는 "하루 12시간씩 청소하고
한 달에
120만원 받으면 많이 받는 거냐, 적게 받는 거냐"고 
기자에게 물었다.
또 "언젠가 신자가 사다준 반팔 티셔츠에 10만원 넘는 가격표가
붙어 있던데… 라며 120만원의 가치를 따져보았다.

이번엔 기자가
신부님이 평범한 50대 중반 가장이라면 그 월급으로 생활할 수 있겠어요 라고 물었다.
내 씀씀이에 맞추면 도저히 계산을 못하겠네요.
그 수입으로는 평범한 가장이 아니라 쪼들리는 가장밖에 안 될 것 같은데.
그는 "신자들은 그런데도 헌금에 교무금에 건축기금까지 낸다 며
이제 신자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강론대 에서 '사랑'을 입버릇처럼 얘기했는데
청소부로 일 해보니까 휴지는 휴지통에, 꽁초는 재떨이에 버리는 게
사랑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누군가가 그걸 줍기 위해 허리를 굽혀야 합니다.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은 평범한 일입니다. 
또 과시할 것도 없고,
누가 알아주기를 바랄 필요도 없죠. 시기질투도 없습니다. 
그게 참사랑입니다.

그는 신자들이 허리굽혀 하는 인사만 받던 신부가 온종일 사람들 앞에서
허리 굽혀 휴지를 주우려니까 여간 힘든 게 아니다며 웃었다.
그는 퇴근하면 배고파서 허겁지겁 저녁식사하고 곧바로 곯아 떨어진다"며
본당에 돌아가면 그처럼 피곤하게 한 주일을 보내고 주일미사에 온
신자들에게 평화와 휴식 같은 강론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날은 그의 마지막 근무일이다. 애초에 한 달 계획으로 들어왔다.
그는 낮은 자리에서의 한달 체험을 사치라고 말했다.
난 오늘 여기 그만 두면 안도의 한숨을 돌리겠죠.
하지만 이곳이 생계 터전인 진짜 미화원이라면 절망의 한숨을 쉴 것입니다.
다시 일자리를 잡으려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나도 빽 써서 들어왔는데. 
그리고 가족들 생계는 당장 어떡하고.
그래서 사치스러운 체험이라는 거예요.

그는 인터뷰가 끝나자 일터로 뛰어갔다.
한 시간 가량 자리를 비운 게 마음에 걸려서 그런 것 같다.
미화반장한테 한소리 들었을지도 모른다. 쓸고 닦고 줍고…
몸을 깊숙이 숙인 채 고속도로 휴게소를 청소하는 ㅂ신부님.
그에게 빗자루 질은 사제생활 27년 동안 알게 모르게 젖어든 타성에서 벗어나고
마음의 때를 씻어내려는 기도인지도 모른다.(펌)

STJohn 15-01-14 10:52
 
!!!  !!!!
VALS 15-01-14 11:35
 
감사합니다,좋은글 잘읽었읍니다
을미년 새해아침 떠오르는 빛을보며
두무릅 꿇고 제 자신에 대해서 많이 뉘우쳤다고
생각했는데 세전월급 120만원으로 힘들게 살아가시는
가장들의 삶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못했네요 많은것을 느끼게 해주네요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는것은 평범한일입니다
또과시할것도 없고,  누가 알아줄것을 바랄 필요도 없죠
시기 질투도 없읍니다 ,  그게 참사랑입니다,  몇번이고 되뇌어 읽고 ,또 생각해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베드로박 15-01-14 16:14
 
의미있는 글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가로등2 15-01-20 11:42
 
두 형제님께 감사드립니다. 역지사지의 심정에서 우리 모두 생각해보자는 의미이었습니다. 신부도 신자의 입장에서, 신자들도 신부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서로 이해하고 존중해 주었으면 했는데 별 도움이 안되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 홈페이지도 가능하면  걸어잠그고 교우들에게 못보게 하고, 전혀 관심도 없어 들어와 보지도 않는 신부님의 마음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도대체 영 이해가 가지 않네요....  조금 있으면 분열만 조장하고 별 도움이 안되는 홈페이지를 폐쇄하자고 할 것 같네요....  ㅠㅠ
파인힐 15-01-21 11:41
 
안타까운 현실이네요 .오늘 복음 묵상 중에 우리에게 딱인 말씀이 있네요. 나의 자존심보다는 공동체의 평화를 더 크게 여기는 것이 필요하다 . 지금 우리의 현실이 어떤가요 ?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은 모습은 결코 아니지요 . 이 책임  누가 져야 하나요 , 하느님은 아시 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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