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손주들의 세배 풍경
매년 되풀이 되는 행사지만 올 해에는 유난히 웃음보가 터지는 풍경이 허리를 잡게 한다 손주들이 큰 애들은 중학생이니 제법 점잖아졌지만 이제 유치원에 다니는 녀석들이 있어서 좌중을 웃음 바다로 만든다
나이 든 차례대로 세배를 올리는데 직장에서 돈을 받는 애들은 세배돈을 안 받고 큰애들은 용돈 봉투를 어른께 드리기도 한다 손주 녀석들의 표정이 각양 각색이지만 유치원 다니는 두 녀석의 재롱이 볼만 했다
중학생 애들은 큰 돈을 받으면서 계면쩍은 듯 하면서도 좋아하는 표정을 감추기가 어려워서 얼굴이 발그레 해지기도 하고 쑥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하는데 유치원 꼬맹이들은 마음 속 표정이 그대로 얼굴과 온몸에 나타나는데 그 모습이 가관이다
세배 절을 하면서 고개를 숙이지 않고 돈 꺼내주는 어른의 손을 주시하다가는 돈을 받으면 얼른 일어서서 제 주머니에 넣기에 골몰하는데 그 표정이 자못 진지하다 돌아선 다음에도 연실 봉투를 들여다 보면서 또 다시 세어 보곤 한다 이모들이 맡아 줄테니 달라고 하면 획 돌아서서 감추기에 바쁘다
그 녀석들의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그 표정을 보면서 옛날 우리 어렸을 적 생각이 떠올라 미소를 먹음께 한다. 엄마나 할머니한테 맡겨 두었던 세배 돈이 얼만데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이 까마득하지만 그 가운데 얽힌 옛날 얘기같은 추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무심한 세월은 화살같이 달아나지만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추억은 오늘도 누구에게나 엷은 미소를 먹음게 한다. 나이를 하나 더 얹는 게 서운할 수도 있지만 손주들이 커가는 걸 보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 할아버지에게 덥석 안겨 볼을 대면서 인사하는데 이 녀석 키가 나 보다 커졌네! 이런게 내게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 그 맛에 손주를 키우면서 살게 마련인가 보다!
2014.1.2. 갑오년 새해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