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목욕탕 풍경
어느 새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신년 달력이 들어오는 걸 보니 새 해가 다가 오는 걸 실감하게 된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년말 년시라고 해서 북적거리고 들먹거리는 분위기를 좀체로 느낄 수가 없다 그냥 조용히 지난 한 해를 돌아 보면서 새 해를 맞이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송년 모임도 요즘에는 저녁 모임을 안하고 낮에 하게 되고 모임 빈도도 점차 줄여나간다. 그렇게 되다 보니 한 발짝 뒤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는 기회를 가끔 가지게 된다.
12월 반 허리에 들어서는 14일 토요일, 늘 하던대로 새벽 시간에 <스포츠 클럽>에 가서 운동을 마치고 7시반이 지나서 목욕탕엘 내려갔다. <싸우나>에 앉아서 유리창 너머로 <샤워 장>을 내다보니 수영장 시간이 끝나고 한꺼번에 들이닥쳐서 삽시간에 만원이 되었다. 선채로 머리 감는 사람, 앉은 채로 몸 씻는 사람 등등 ... 빈 자리가 없이 장내가 빽빽하다. 한 순간에 그 옛날 5,60년 전 설 대목 목욕탕 풍경이 휙 하고 머리에 떠오른다
동네 목욕탕은 탈의실에서부터 북적인다 탕에 들어서면 김이 잔뜩 서려있어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 수도 꼭지를 찾아서 앉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초만원이니까 ... 탕에 들어가는 것도 마찬가지 ... 좁은 틈을 슬적 비집고 발을 디밀어서 앉았다가 자리를 만들어 들어가야 한다. 좀 있다가 몸을 탕 속으로 푸욱 담그면 그리도 푸근할 수가 없다. ~오랜만에 맛 보는 그 쾌감 ...~
일단은 내 영역을 차지했다는 안도감, 그리고 오랜만에 따끈한 탕물에 온 몸을 담그면 푸근하고 안온한 감각이 온 몸에 퍼져들어 온다. 몇 달만에 한 번 따끈한 탕물에 온 몸을 푸욱 담그는 맛, 그 쾌감이 온 몸 마디 마디에 스며드는 기분 ... 비누 칠을 해서 온 몸을 헹구고나서 밖으로 나와 시원한 바깥 바람을 얼굴에 쏘이면서 집으로 걸어오는 발 걸음은 그야말로 날아갈 듯 깃털 같이 가볍고 상쾌하다
불과 10분 사이에 샤워장이 썰렁하게 비었다. 시간 맞춰 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매일 목욕을 하니까 삽시간에 자리가 비게 되는 것이다. <샤워>로 아침 운동을 마감하고 돌아오는 길에 차창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아침 바람이 정말로 상쾌하다 오늘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기분 좋은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저희를 사랑해주시는 우리 주 하느님! 오늘도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허락해 주시고 크나 큰 은혜로 보살펴 주시니 감사하나이다! 아멘!
2013.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