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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자리]
강물이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것은
속 깊은 상처 아물어 생살 돋을 때까지
제 속에 산 그림자를 껴안고 있기 때문이지,
바위가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것은
속으로 울음 울어 불길 잡힐 때까지
거인이 앉았던 자리에 가득한 고요 때문이지.
김삼환(1958~)
가슴으로 읽는 시조
아침저녁 서늘바람만도 고맙기 그지없다.
올여름 더위가 그만큼 무서웠던 게다.
그런 여름은 난폭한 거인이었을까.
움푹 패고 헐린 흔적들로 도처가 몸살이다.
강도 높은 태양과 난폭해진 큰비는
아스팔트까지 녹이고 갔다.
더 겸허하지 않으면 갈수록 세지는 기후변화 위력에
우리는 계속 휘둘릴 것이다.
강이고 산이고 도시고 몸살이 심해질 것이다.
그래도 강은 아직 흙탕 쓰레기를
다 받아 안고, 흐른다.
‘제 속에 산 그림자를 껴안고 가는 깊고 너른 품.
오랫동안 큰 산을 품고 흘렀으니 무엇인들 못 품으랴.
말없이 한결같기로는 바위도 마찬가지.
긴 시간을 견뎌온 풍모가 똑 무념무상의 거인 같다.
그게 ‘거인이 앉았던 자리에 가득한 고요 때문’ 이라면 ,
일희일비(一喜一悲)않는 힘도 그런 고요한 깊이에서 나올 것.
유독 반가운 이 가을도 여름의 상처들을 잘 보듬어 주시길,
고요한 거인의 손길처럼.
[정수자.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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