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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5-22 21:55
 조회 : 6,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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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제 알았읍니다!
5월에는 어린이 날, 어버이 날, 부부의 날, 스승의 날 등 기념일이 많은 달이다. 인생의 황혼기에 들어서서 어버이의 날을 지내면서 세월을 돌아다 보니 옛 추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나는 대를 이어 온 병원집 장손으로 태어났습니다 그것도 아버님 형제 두분만을 길러오신 할머님에게는 3,40년만에 처음으로 손주를 안아보게 되신 거 였다 그래서 나는 젖 떨어지자 마자 할머니 품에 안겨서 20살이 넘도록 할머니 젖을 만지며 자라나게 되었다
한의원을 하시던 할아버지께서 대홍수 때에 변을 당하셔서 일찍 돌아가시고 낙이 없이 사시다가 첫 손주를 보시게 되자 아예 할머니가 맡아 기르신 거다 내가 대학을 마치고 회사에 출근을 할 때까지도 내 옷가지는 할머니 옷장에 손수 간수하셨다 겨울에는 출근에 나설 때 아랫목에 묻어 놓은 구두를 손수 들어 내주시곤 했다
냉면을 사 드리면 그렇게도 좋아하셨다 그러다가 내가 늦게 군대에 복무할 때 위장 암으로 내 무릎을 베고 운명하셨다 나는 하늘이 무너진 양 땅을 치고 땅땅 부대끼면서 대성통곡을 했다 급한 김에 어머니가 내 머리를 감싸 안고 ‘부모를 잃고 사는 이들도 있는데 년노하신 할머니 돌아가셨다고 이렇게 난리를 치느냐’고 하셨다. 그 때 그 말을 나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제 내 나이 70중반을 넘어서니 손자들 재미를 보게 되었다 두 녀석이 한 달에 두어 번 와서 자고 간다 초등학교 4,5학년이 되니 제법 의젓해졌다 집엘 들어서면 와락 달겨들어 꽉 껴안고선 한참을 볼을 비벼대고 있다 ‘할아버지 보고 싶었어요’ 보드라운 볼에서 전해 오는 따스한 체온이 아주 감미롭다 할머니한테는 주문이 많다 유부초밥, 볶음밥, 비빔 국수등등 ... 그래도 허리 아프단 엄살 한번 없이 잘도 해 먹인다 유부초밥을 더 달라치면 과하다 싶어도 그리 좋은가 보다 핏줄이란 게 어쩔 수 없는 마력을 가지고 있나보다 하루 밤을 자노라면 온 집안이 난리통이 된다
우리집 밥상에는 요즘도 반찬 그릇이 상에 그득하다 한 번은 무심결에 세어 보니 열 한 개나 된다 나 자신도 새삼스럽게 놀랬다 칠첩 반상이란 말은 들어서 익숙했지마는 .... 요즘에는 ‘아내가 곰국을 끓이면 눈치를 살핀다’는 말이 있다지만 변화해가는 세시풍속에 귀동냥은 많이 하면서도 실감을 못 했지만 차차 시대풍속에 어울려가야 한다는 생각은 머리 속 한 구석에 있었나보다
요즘에는 아내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과거의 너무나 무관심 또는 독단적인 생활태도에 대한 회한이 차츰 차츰 더 쌓여가는 거 같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애들을 키우면서 한 번도 무릎에 앉혀 놓고 볼 부벼댄 적이 없고 아내에게도 사랑한다고 또는 고생한다고 따스하게 말 한 마디 포옹 한 번 제대로 해 준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성당에서 ME를 다녀와서 조금씩 생각과 행동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내 자신을 돌이켜 봐도 조금은 신기한 거 같다
이것도 나이 먹어가는 탓일까? 난 이제부터 조금씩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해 묵은 깊은 정리를 알기 시작한 걸 깨닫게 되었나 보다. 철이 늦게 들어도 너무 늦으니 딱한 일이지만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모든 것이 다 우리 주 하느님의 은덕이니 엎드려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멘.
201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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