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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4-23 10:49
최후의 만찬
 글쓴이 : 김요셉
조회 : 7,934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너희 중에 한 사람이 나를 배반할 것이다.”라는 말이 떨어지고 난 후 식탁에서 벌어진 열두 제자의 반응을 그린 것이다. 이 그림은 밀라노의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수도원 식당에 그려져 있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 넘길 것이다.”

“아니 그럴리가요?”“설마 저는 아니겠지요?”



놀라움, 의심, 두려움, 걱정…… 제자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을 것이다. 신약 성경을 읽어나가다 보면 제자들은 각기 다른 개성의 소유자였음을 알 수 있다. 토마스는 의심이 많았고, 베드로는 성질이 불 같았으며, 마태오는 침착하고 지적이었다. 다 빈치는 이들이 각자의 기질에 따라 예수가 위의 말씀을 한 후 어떻게 반응하였는지를 표현하고 있다. 그는 열두 제자를 그리기 위해 인간의 다양한 얼굴 생김새와 표정을 관찰하였다.

“얼굴의 굴곡이 심하고 깊은 사람은 동물적이고 본능적이며, 이유 없이 화를 잘 낸다.”고 쓴 그의 비망록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두개골 형태에 따라 관상이 달라지며 이에 따라 사람의 성격이 정해진다는 사실을 해부학 실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당시에 해부학을 본격적으로 시도한 사람이 바로 다 빈치다. 그는 두개골을 면밀히 연구한 후 그 형태에 따라 제자들의 생김새를 결정했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거기에 맞는 반응을 얼굴 표정이나 몸짓으로 표현했다. 이를 위해 성경을 읽고 제자들의 성격을 일일이 파악한 것은 물론이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사도들의 모습을 보면 성 토마스는 예수의 바로 오른편에 앉아서 손가락을 위로 가리키며 반문하고 있다.

“그게 누굴까?”

‘의심하는 성 토마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의심이 많아 부활한 예수를 보고도 믿지 못하고 옆구리에 손가락을 넣어보고서야 믿은 토마스다.

열두 제자 중 가장 중요한 인물인 요한과 베드로 그리고 예수를 배반한 유다는 예수의 왼편에 함께 그려졌다. 이들 중 가장 오른편에 있는 사람이 요한이다. 다 빈치 이전의 그림을 보면 요한은 자주 예수님의 품에 안겨있는데 이는 “제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예수님 품에 기대어 앉아있었는데, 그는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였다.”는 성경 구절에 따른 것이다.

성격이 불 같은 베드로는 자신의 궁금증을 풀려는 듯 요한의 귀에 대고 무언가를 속삭이고 있다. 성격이 급한 그는 스승의 말씀이 끝나기가 무섭게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다. 칼을 들고 있는데 이는 예수님이 체포될 당시 대제사장 종의 귀를 자를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자 그의 불 같은 성격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유다는 열두 제자의 회계 담당이었으므로 돈 주머니를 들고 있는데 이는 또한 그가 은전 30냥에 스승을 팔아먹으리라는 암시이기도 하다.

다 빈치 이전의 화가들이 <최후의 만찬>에서 유다를 식탁 건너편에 혼자 앉게 하는 방식으로 그를 구별하던 것과 달리 다 빈치는 유다를 다른 제자들과 똑같이 식탁에 앉게 하였다. 이는 성서의 말씀을 정확히 해석하여 아직 그가 죄인임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을 표현하고자 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 빈치는 1495년부터 2년에 걸쳐 이 그림을 그렸다. <최후의 만찬>은 다른 벽화들에 비해 상태가 좋지 않다. 이는 그가 당시 벽화를 그릴 때 젖은 벽에 안료를 칠하던 프레스코 기법을 쓰지 않고 마른 벽에 직접 템페라 물감과 유화 물감으로 그렸기 때문이며 16세기 초반부터 그림의 상태가 이미 나빠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 한 작가의 도전 정신의 결과라 해야 할 것이다.

다 빈치가 프레스코화로 그리지 않은 이유는 하루치 분량만큼만 그려야 하는 프레스코 기법이 그에게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머릿속에서 구상이 이루어지기만 하면 작업 자체는 별로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전기 작가인 바사리는 다 빈치가 며칠씩이나 “그림에는 손도 대지 않고 벽 앞에 앉아서 명상에 잠겨있었다.”고 쓰고 있다.

이 그림은 르네상스 회화의 특징인 수학적 원근법의 결정판이기도 하다. 그림이 그려진 벽면은 마치 실제 벽면이 이어지는 것처럼 환영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원근법의 소실점은 바로 예수의 머리다. 이 그림에서는 또한 사도들과 그리스도의 후광이 보이지 않는다. 예수의 후광을 대신하는 것은 유난히 밝은 창이다. 과학적 사고에 바탕을 두는 다 빈치에게는 후광 역시 실존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렇듯 모든 것이 화가에 의해 세심하게 고안되고 연출되었다.

월간미술

글 고종희/미술사학자, 한양여자대학 조형일러스트레이션과 교수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제1밀라노시대(1482∼1499년)에 1495년에서 1497년에 걸쳐 완성한 그림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죽기 전날, 열두 제자와 함께 만찬을 나누었다(마태 26:20, 마르 14:17, 루가 22:14)는 매우 낯익은 주제를 전무후무한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르네상스의 전성기는 이 작품의 장대한 구도와 함께 시작되었다는 평가도 있다.

15세기 피렌체에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이전의 작가인 안드레아 델 카스타뇨(Andrea del Castagno)나 기를란다요(Ghirlandajo)에 의해 ‘최후의 만찬’이라는 주제는 거듭 그려졌는데, 이들 작품의 구도에서는 유다 한 사람이 식탁의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러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최후의 만찬’을 시도하였다. 즉 유다까지 열두 제자의 무리 속에 포함시켜서 그 열두 제자를 세 명씩 작은 무리를 짓도록 하였다. 이것은 이전의 작가들이 ‘최후의 만찬’과 유다의 배반이라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화면의 조형성에 역점을 두었다.

화면의 구도는 대단히 수학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3개의 창문, 4개의 무리를 이룬 12제자 등은 그리스도교의 삼위일체, 네 복음서, 그리고 새 예루살렘의 열두 문 등을 각각 상징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화면 한 가운데 위치한 예수의 몸은 삼각형을 이루고 있다. 정확한 원근법으로 작품이 짜여져 있지만 감상자의 입장에 그 원근법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자리가 없도록 되어 있는데, 이것은 이 그림이 일상의 차원이 아니라 이상적 차원에서 존재하는 것으로 기획되었음을 의미한다.

기존의 전통적 방식을 뛰어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독창성, 그리고 예리하면서도 정확한 형식미, 숭고한 주제를 다루는 뛰어난 방식 등 이 작품은 르네상스 전성기의 가장 뛰어난 성과로 평가된다. 1980년 유네스코가 이 작품이 소장된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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