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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9-03 13:28
 조회 : 7,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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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 초 >
휴가 중에 하루 시간을 내어 부모님 산소에 잠시 들렸는데
산소에 들리면 언제나 마음 짠하다.
어릴 적 생각이 그렇고,
커서는 생전 부족했던 마음이 더욱 그렇다.
지금은 산소에 자란 풀이 마음에 거슬린다.
집사람과 둘이 산소에 한참을 앉아 있다가 왔다.
그래도 산소에 갔다 오면
마음이 따뜻해지곤 하는데,
마음에 묻어 둔 짐을 나름대로 풀었기 때문일 것이다.
며칠 있으면 추석이 된다.
우리는 형님이 있는 서울에서 차례를 지내는 지라 추석날에 산소에 갈수 없다.
다음 주말쯤 벌초를 하러 산소엘 다녀와야지 하고 형님한테 전화를 했더니
형님이 평일에 시간 내서 하루 다녀 올 테니 그렇게 끝내자고 하신다.
어쨌든 생각 해주는 마음이 고맙고, 미안하다.
서울에 살면서 시골로 벌초를 다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벌초라는 게 그렇다 마음먹고 하고나면 그리 힘든 일도 아니건만
주말에 시간 내는 것이 이런 저런 일로인해 쉽지만은 않다.
그러다 보니 한식이나 추석 즈음이면 마음에 무거운 짐이 되곤 한다.
고향인 옥현리 선산에는 이십여 기의 봉분이 있는데,
조부모와 아버지 형제분 그리고 먼저가신 사촌형님을 모신 봉분이다.
그런 관계로 선산의 벌초는 10여명의 사촌들이 함께 모여 벌초를 해왔다.
오육년전 봉분을 모으기 전에는 봉분이 여러 곳에 나누어져 있어
점심 전엔 두팀으로 나눠 항곡리와 진관리에 있는 봉분 벌초를 하고
같이 모여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지금 선산이 있는 옥현리에서 벌초를 했기 때문에
오전 8시에 벌초를 시작하면 오후 5시나 되어서 끝나곤 했다.
지금은 봉분을 한곳에 모아놓아 오전 8시경에 모여
남자들은 벌초를 하고, 여자들은 음식을 준비하여 점심을 먹고 끝낸다.
요즘엔 사촌이 일부러 모일 일도 없으니 이런 때 모여
소풍 나온 듯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간만에 회포도 풀곤 했는데
언제부턴지 빠지는 사람이 하나 둘 생기고,
예초기도 돌리는 사람만 돌리다 보니 심사가 틀리는 사람도 생기고 해서
벌초 하는걸 가지고 이런 저런 말이 많았다.
하지만, 봉분이 여러 곳에 나누어져있어 힘들고 사람이 많이 필요 할 때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모두 함께 참석하여 힘들어도 사촌간의 우애가 좋았었는데
봉분을 한곳으로 모아 벌초가 수월해지고부터 결속력이 느슨해지더니
급기야 작년 한식부터는 각자 알아서 하기로 했다.
아마 사람은 같이 땀을 흘리고 음식을 나눌 때 동질감과 연대의식이 강해지는 모양이다.
벌초하는 것은 일 년에 한 두 번이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운 뙤약볕에 예초기와 낫, 음식과 음료수를 준비해 짊어지고
산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선산을 찾아야 하고
봉분 벌초는 물론이고 수풀이 우거진 진입로와 주변 잡목을 쳐내는 일은
평소에 안하던 일이라 몸은 힘들고 팔다리는 풀에 쓸리고,
그러니, 벌초는 귀찮고 힘든 일로 취급 되여 걱정이 앞서고,
벌초하는 관습이 수고로움으로 여겨지는 것이겠지만,
하지만 벌초라는 것이 귀찮고 수고로움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조상에 대한 도리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부모형제 아니고서는 만나기 쉽지 않은 사촌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며,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와 부모님을 기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벌초가 가지는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
벌초를 같이 하던 각자하던 우리 代야 크게 문제가 없겠지만
다음 代에는 봉분의 위치나 정확히 아는 조카들이 있을까 ?
나만 해도 벌초나 성묘를 할 때 우리 애들을 동행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 애들한테 벌초나 선산관리에 대한 의무가 지속된다고 보장 할 수 있을 까 ?
우리 만해도 단위 농협에 수수료를 주고 벌초를 맡겨야 할지
화장을 해서 납골당에 모셔야 할지를 가늠하는 현실이고 보면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때는 이런 문제 자체가 거론조차 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이번 추석에 형제들이 모이면 이야기를 해봐야 겠다.
어쨌거나 방안을 마련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08年8月)
※ 당진에 갔다가 친구 하구 저녁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자식과 친구들 이야기 그리고 지난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 전부지만
마음 풀어 놓을 고향과 친구가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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