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의 하기 휴가
어느 새 십 칠팔 년이 지난 추억 속의 얘기 한 토막이 얼핏 머리에 떠오른다 마음이 통하는 네 집이서 몇 년째 집단으로 4박5일 여름 휴가를 떠난다 50대 중반일 때 얘기니까 그때만 해도 한참 잘 나가는 ‘싱싱할 때’ 얘기다
첫날은 충주 수안보 1박이니까 느긋하게 준비해 가지고 늦으막하게 서울을 출발해서 수안보에서 온천하고 꿩 만두 집에서 저녁을 먹는다
둘째 날은 영주에서 한우 불고기로 회식을 하고서 불영계곡을 거쳐서 백암온천에서 1박한다
셋째 날은 동해안의 절경을 감상하면서 강릉 속초로 향하는 길에 후포항 근처에서 전복 죽을 음미한다 이날 저녁에는 물 좋은 생선회를 그럴 듯 하게 차려 놓고서 마음 놓고 술을 한 잔 한다 다음 날은 늦으막하게 일어나서 서울로 (네 시간)가면 되니까
각 지방의 대표적인 맛집을 순방하면서 빡빡하게 짜여진 도심에서의 각박한 생활 리듬에서 해방되는 쾌감을 흠뻑 즐기는 것이다 그것도 마음이 잘 통하는 가까운 친구들 끼리 몇 해째 함께 하는 자리니까 더 말할 게 없다
그런데 그 중에서 지금도 뚜렷하게 기억되는 데가 후포항 근처 그 전복죽 집이다 전화로 예약을 하라고 해서 그리 해놓고 좁은 길을 어렵사리 헤치고 가 보니 연한 녹두 색깔을 띄고 있는 죽 맛이 역시 일품이었다 어렵게 찾아간 보람이 있었다
얼마 전에 큰 수술을 하고선 한 달을 죽을 먹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전복 죽을 제일 자주 먹게 되었다 원기 회복하는 데 좋고 먹기도 좋으니 병 후 회복을 위한 음식으로는 으뜸인 거 같다 주변의 친지분들이 여러 차례 그 귀한 물건을 보내주셔서 두 달 반이 지난 지금도 전복 죽을 해 먹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은 수술 후에 체중이 8 내지 10Kg 정도 빠진다는데 나의 경우는 3.5Kg정도의 감량에 그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나를 아껴주시는 교우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하니 감사하기 그지 없다 지지난 주에 성당에서 교우 한분이 내게 하는 말이 ‘다른 사람은 수술 후에 체중 감량 때문에 훌쩍해 졌다는데 ~당신은~ 어떻게 해서 더 예뻐졌어요’라고 해서 한 바탕 웃고 말았다.
나는 마음 속으로 '그게 다 마음을 다해 건사해주는 집 사람 덕택이예요' 라고 대답했다
우리 주 하느님! 정말로 정말로 감사하옵나이다!
2013.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