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성모님의 작은 꽃들이 된
우리>
성모님의 꽃 한송이가 된 나의 벗에게
안녕,
안녕, 안녕?
친구야.
광야의 친구로 만난 우리의 인연의 끈은 길지만 우리는 사실 서로를 잘 모른다. 서로 걸어온
길이 달랐고 앞으로 갈 길도 다르겠지. 그래서 그게 괜시리 마음이 조금 아프다. 우리의 길은 다르지만 서로가 서로를 가끔이라도 생각해주고 화살을 쏘아준다면 우리는 어느 시간에 서로를 만나는
거라 생각하면 난 큰 힘이 된다. 사실 난 너를 잘 몰라도 너도 나를 잘 몰라도 내가 너를 친구로 여기는
이유는 우리가 하느님 안에서 만났기 때문이겠지.
친구야.
너무나 작은 사랑은 우리가 보기엔 너무나 작지만 하느님이 보시기엔 그것 또한 충분하다는 믿음으로 살아가는 거 어떠니? 나는 이미 그 분의 신부가 될 수 없지만 그 또한 나에게 주어진 소명으로 여기고 그저 나에게 주어진 사랑과
일에 최선을 다하려 한단다.
내가 받은 소명은 내 가족 그리고 더
나아가 내 주위 가족, 더 나아가 한국의 모든 가족, 더
나아가 모든 민족의 가족이 성가족이 되게 하는 것이야. 웃기지? 내
가족도 함께 기도하는 성가족이 아니면서 말야. 꿈도 참 야무지다고 나를 살짝 꼬집어주겠니? 근데 나는 그 소명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 성녀 성인, 다 되게 힘든 것이지만
글쎄. 내 생각은 내가 하루에 한번 착한 일을 한다면 그 또한 우리 각자의 성녀, 성인을 닮아가는 작은 길이 아닐까. 하루에 한번이 너무 적다고? 하루 24시간 동안 우리 모두는 아주 바쁘게 살고 있어. 그 바쁜 하루 속에서 한번은 누굴 위해 화살기도도 해주고 빌어주고 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지. 물론 아주 작은 기도일 뿐이지만 나는 그 또한 아주 큰 기도라고 착각 아닌 착각을 하고 열심히 화살을 만들어
내 생활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쏘고 있단다. 내가 부활한다면 나는 큰 화살을 마구 쏘는 여전사로
부활하고 싶다. 묵주기도도 제대로 못하고 까떼나도 매일 못하는 주제에 꿈도 무지 야무지지? 한번 크게 비웃어주길 바래.
나는 내 아이가 생후 6개월이 되었을 때 큰 체험을 했었어. 너무 아팠을 때 하느님에게
내가 제일 소중히 여기는 것을 드린다는 약속을 했지. 나의 맏배를.
(그래서 애를 잘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어) 그리고 열심히 하느님을 파고 또 팠지. 성서를 그렇게 팠다면 난 성서학자가 되었을 거야. 크게 또 한번
비웃어주길 바래. 파고 또 파고 생각하고 생각해서 내가 얻은 결론은 ‘모든
것을 하느님께’였단다. 순명. 나는 그분의 꼭두각시일 뿐 내 뜻으로 되는 일은 아무 것도 없고 그 분의 울타리에서 그 분이 나를 움직이시는
대로 난 움직일 뿐이라는 것이지. 그리고 또 하나의 깨달음은 ‘어린
아이의 순수함으로’라는 것이였어. 근데 있잖아. 어린 아이 그러니까 철부지의 믿음은 바람 부는 갈대밭의 갈대처럼 왔다리 갔다리 하는 그런 마음이잖아. 그런데 나는 그런 철부지를 더 사랑하실 거 같아 하느님은. 철부지바보여야만
하느님 믿기가 쉽다고 생각해 난. 안 보이는 것을 믿기 위해선 상상력이 필요한데 철부지들한테는 그 상상력이
있거든. 나는 우리의 신앙생활에 있어 적당한 상상력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상한 종교지 천주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어야 하는 참
이상한 종교야. 아무튼 나의 결론은 모든 것을 하느님께라는 것이고 어린 아이의 순수함으로 하느님을 믿자는
것이야.
그 다음으로 생각해 본 것은 천국이라는
하느님 나라야. 하느님 나라의 문을 여는 데는 난 열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 물론 지금은 천국의 문이 열려 있는 상태지만 말이야. 그 열쇠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을 해봤어. 응. 난 곰곰히 생각하는
것을 좋아해. 곰곰히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그건 Keys=Kids 더라고. 그래서 난 아주 작은 어린 아이처럼 그 분의 두 발가락 사이에 껴있기로 했어.
너는 어떤 모습으로 그 분한테 낄꺼니? 내가 생각하기엔 넌 나보다 훨씬 힘이 좋으니까 그
분의 오른쪽 식스팩 사이에 끼는 게 좋을 거 같아. 그 분한테도 그게 좋을 거 같아. 뭐 상상은 자유니까 너도 네가 상상하는 모습으로 그 분한테 어떻게든 껴있길 바래.
나는 엉뚱한 상상을 많이 해. 그래서 지옥의 문이 더 클까 천국의 문이 더 클까를 생각해봤는데 나는 당연히 천국의 문이 더 크다고 생각해. 나는 긍정적이니까. 천국은 어디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내가 사는 분당
위에 천당이라고 있어. 무슨 소리냐고? 분당 위에 천당이라고. 분당이 참 살기 좋거든. 그래서 사람들이 만들어낸 말인데 난 그게
맞는 말 같아. 분당에 무지개가 뜨면 난 생각해. 무지개
다리로 천사들이 또 내려오는 구나 하고. 물론 천사가 있으면 악마도 있겠지? 분당에는 천사가 참 많아. 근데 악마들도 많더라. 내가 요한성당 근처 초등학교방과후영어강사를 하면서 만난 꼬마악마를 다음에 만나게 된다면 꼭 얘기해줄게.
이제 나의 꿈을 준비할 때가 온 거 같아. 너도 수녀로서 너의 꿈이 있겠지? 꿈 없이 사는 어린아이가 있을까? 꿈 없는 어른은 있어도 꿈이 없는 어린이는 없을 거 같아. 한달
전쯤 나는 영적인 방황을 끝내고 여행을 시작하는 기도를 바쳤어. 이 세상 떠나는 날은 여행을 끝내는
기도를 하려고 한다 잊지 않고.
마지막으로 내가 어릴 때 알던 할머니
얘기해줄게. 내 꿈과도 관련이 있으니 꼭 읽어줘야 해. 내가
어릴 때 가끔 밤마다 가방을 소중히 들고 우리집을 들리던 동네 할머니가 있었어. 데레사할머니. 그 가방에는 예물봉투가 가득했지. 서울의 착한 부인들과 시골 작은
성당들을 연결하는 분이셨지. 너무 어렸기 때문에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그 할머니는 항상 급하게 왔다가
급하게 가셨어. 마치 무엇에 쫒기듯이. 그 할머니는 우리
엄마에게 기적의 패를 많이 선물로 자주 주셨단다. 우리 엄마가 그걸
30년 넘게 썩히고 있던 걸 내가 조금씩 그게 필요한 이웃에게 나누어주고 있어. 그 할머니가
나랑 내 쌍둥이동생한테 항상 말버릇처럼 하셨던 말씀이 있었어. 할미 늙으면 노잣돈 달라고. 그 할머니는 몇 년 전에 안 사실인데 이미 돌아가셨어. 그 할머니의
노잣돈이 되려고 나는 내 두 다리를 할머니처럼 만들어 달라고 기도한다. 이제 신부님들을 보면 다 내
아들같고 수녀님들을 보면 다 내 누이 같아서 마음이 무겁다. 하느님께 청할 거야. 당신에게로 가는 4차선 아스팔트 깔게 도와달라고
친구야!
나의 마음은 이미 크리스마스를 지나 이미 봄을 기다린단다. 이쁜 마음만 갖게 해달라고 청하고
싶다 오늘은. 그리고 화이트크리스마스이길 기도하고. 나의
벗인 너에게도 이쁜 마음만 가득하길. 사.랑.해. 보.고.싶.다. 꼭 연락해줘.
사랑열매 가득한 성모나무 밑에 사랑을 기다리고 있는 빈 바구니
너의 벗 도로테아가 씀
doris97@hanmail.net